여인형·이진우·고현석 ‘파면’ 곽종근 중장 ‘해임’ 국방부, 12·3 계엄 軍핵심 중징계 전말과 파장
여인형·이진우·고현석 ‘파면’ 곽종근 중장 ‘해임’ 국방부, 12·3 계엄 軍핵심 중징계 전말과 파장
2024년 12월 3일 발생한 이른바 ‘비상계엄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군 통수 체계 전반에 중대한 질문을 던진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이 실제로 출동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단순한 위기 대응 차원을 넘어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법령 준수 의무가 정면으로 도전받았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국방부는 관련 지휘관과 핵심 간부들에 대해 대대적인 징계 절차를 진행했고, 그 결과 여인형·이진우·고현석 중장에 대해 ‘파면’, 곽종근 중장에 대해 ‘해임’이라는 중징계 결정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니라, 계엄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군 지휘부가 어떤 판단 기준과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배경
이번 사안의 출발점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군 병력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실제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헌법과 계엄법 체계상, 국회는 계엄 해제 의결권을 가지며 선관위는 선거 관리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헌법기관입니다. 이러한 기관에 무장 병력이 투입됐다는 사실 자체가 민주적 통제 원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계엄 해제 의결 이후에도 일부 명령이 유지되거나 실행됐다는 정황은, 지휘 체계의 혼선이나 고의성 여부를 떠나 법령 준수 의무 위반으로 판단될 여지를 키웠습니다.
국방부 징계 결정의 전체 윤곽
국방부는 해당 사안을 단순한 작전 실패나 지휘 착오로 보지 않았습니다. 공식 브리핑에서 법령준수의무위반과 성실의무위반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군 지휘관의 책무를 엄격하게 적용했습니다. 징계 대상에는 전직 방첩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 육군참모차장 등 핵심 요직을 지낸 인물들이 포함됐습니다. 이는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당시 계엄 수행 과정 전반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파면·해임 대상 인물별 징계 내용
이번 중징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파면과 해임이라는 최고 수준의 인사 조치가 다수 적용됐다는 점입니다. 국방부가 발표한 징계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파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파면
고현석 전 육군참모차장: 파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해임
여기에 방첩사 소속 유모 대령은 정직 2개월,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재식 준장은 파면,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김승완 준장은 강등 징계를 받았습니다. 장성 7명과 대령 1명이 징계위에 회부됐고, 이 중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제외한 7명에 대해 최종 처분이 확정됐습니다.
파면과 해임의 제도적 차이
군 징계에서 파면과 해임은 모두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법적·경제적 파장은 분명히 다릅니다. 파면은 군인의 신분을 박탈하는 동시에 연금 수령 권리에도 직접적인 불이익을 줍니다. 파면 시 군인연금은 절반 수준으로 감액되며, 본인이 납부한 원금과 이에 대한 이자만 수령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해임은 금품·향응 수수나 공금 횡령과 같은 중대 비위가 아닌 경우, 연금은 정상 지급됩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곽종근 중장의 해임 결정은 ‘감경’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곽종근 중장 감경 논란의 배경
곽종근 중장은 당초 징계위원회에서 파면이 의결된 인물입니다. 그러나 최종 처분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과 헌법질서 회복에 기여한 점’이 참작돼 해임으로 감경됐습니다. 이는 군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계엄 당시 핵심 지휘관으로서 책임이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사후 진술과 조사 협조가 감경 사유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징계 기준의 일관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고현석 중장과 ‘계엄버스’ 논란
고현석 중장은 계엄 해제 의결 이후에도 육군본부 참모들이 탑승한 이른바 ‘계엄버스’ 출발에 관여한 인물로 지목됐습니다. 해당 버스는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계룡대에서 서울로 향했으나, 약 30분 만에 회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리적 충돌이나 실질적 작전 수행은 없었지만, 이미 계엄 해제가 의결된 이후였다는 점에서 명령의 정당성 자체가 문제로 남았습니다. 국방부는 이 부분을 단순 착오가 아닌 법령준수의무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방첩사 유모 대령 재심과 정직 처분
이번 징계 과정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방첩사 소속 유모 대령에 대한 재심 결정입니다. 초기 징계위원회에서는 ‘징계사유 없음’ 판단이 내려졌으나, 징계권자의 재심사 요청으로 다시 징계위가 열렸고, 최종적으로 정직 2개월이라는 중징계가 확정됐습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이후에도 선관위 출동 명령을 실행했고, 부하의 위법성 지적에도 출발을 강행한 점이 주요 사유로 고려됐습니다. 이는 군 내부 절차에서 징계위 결정이 번복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습니다.
군 지휘 책임과 내란 혐의 재판
여인형, 이진우, 곽종근 중장은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별도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행정적 징계와 형사 책임은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이번 파면·해임 결정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중요한 판단 자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군 통수권과 관련된 명령의 적법성, 상관 명령에 대한 복종 의무의 한계가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군 조직과 헌법 질서에 남긴 의미
이번 중징계는 단순히 몇몇 장성의 경력 단절로 끝나지 않습니다. 계엄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도 군은 헌법 질서와 법률 체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국방부가 파면이라는 최고 수위 징계를 선택한 것은, 향후 유사 상황에서 군 지휘관들이 정치적 판단이나 압박보다 법적 기준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결론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군 핵심 인사들의 파면·해임은 대한민국 군사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결정은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법령 준수 의무가 단순한 선언적 원칙이 아니라, 실제 인사와 책임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동시에 감경과 재심, 징계 수위 논란은 군 내부 규정과 절차의 명확성, 일관성에 대한 추가적인 점검 필요성을 드러냈습니다. 향후 형사 재판 결과와 제도 개선 논의가 어떻게 이어질지에 따라, 이번 사건은 단순한 징계 사례를 넘어 헌정 질서와 군 통제 원칙을 재정립하는 분기점으로 평가될 것입니다.